한의학에서 풍증(風症)이란 증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수시로 변하기를 잘하는 유형의 질병에 광범하게 사용합니다. 가령 신경마비, 지각이상, 근육경련, 피부소양을 비롯하여 류마티즘양 관절염 및 신경통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복합 증상들은 모두 풍증(風症)의 범주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산후풍이란 임신과 분만으로 인하여 나타날 수 있는 모든 후유증상을 포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문헌에 기술되어 있는 산후의 병증들을 보면 증상이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산후에 나타나는 어지러움증을 산후 현훈(眩暈)이라 하고, 머리가 무겁거나 아픈 증상을 산후 두통(頭痛) 혹은 두중(頭重)이라 하며, 팔다리가 저린 증상을 산후 비증(痺症)이라 하며, 류마티스성 관절염 혹은 관절통을 산후 역절풍(歷節風)이라 하며, 전신 근육의 이동성 통증을 산후 유주풍(遊走風)이라 하며, 전신 혹은 특정한 국소가 시린 증상을 산후 냉증(冷症)이라 하며, 머리나 음부 혹은 전신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듯한 증상을 산후 신냉(身冷)이라 하며, 피부의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 증상을 산후 피풍증(皮風症)이라 합니다.

산후풍 환자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증상들을 복합적으로 호소합니다. 이러한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산후풍이라고 하면 의사들은 무슨 소리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혈액검사, 소변검사, 초음파검사, 방사선검사 등을 다 해보아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의사들은 병이 없다고 말합니다. 의사들은 병이 없다고 하는데 몸은 여전히 아프고 괴로우니 환자로서는 답답할 노릇이지요.
그래서 결국은 민간에서 좋다고 하는 이런 저런 민간요법을 하다가 적절한 치료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니까 환자는 점차 우울증에 빠져서 매사가 귀찮고 가슴이 두근대고 잠을 못 이루고 불안하고 잘 놀라는 등 결국은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